영세 기존 상인 내쫓는 ‘전통시장 정비사업’
누구를 위한 정비사업입니까?
영업 공백에 임대료 급등…재입점률 5% 불과경향신문|문주영 기자|입력2012.12.12 01:23
시설 현대화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한 '전통시장 정비사업'이 기존 상인들을 내쫓고, 정비사업자에게는 각종 특혜를 안겨주는 개발사업으로 변질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정비사업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전통시장특별법)에 따라 2016년까지 노후한 전통시장 시설을 정비하고, 3000㎡ 이상의 대규모 점포를 포함한 건물을 건설하는 것이다. 기존 전통시장을 유지하면서 시설 등을 개선하는 시장 현대화 사업과는 차이가 있다.
서울시가 11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정비사업이 완료된 시장 47곳 중 장안·보문·삼양·도봉·상계중앙·성산·송화·삼성종합 시장 8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기존 상인의 재입점률은 평균 5.6%(483명 중 27명 재입점)에 그쳤다. 특히 동대문구 장안시장은 기존 상인 100명 중 재입점 상인이 한 명도 없었다. 재입점률이 가장 높은 강남구 삼성종합시장도 10%(50명 중 5명 재입점)에 불과했다.
이는 정비사업으로 2~3년 동안 영업을 못하는데다, 건물 신축으로 임대료가 올라 영세상인들의 재입점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전통시장특별법과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시장 정비사업 시행자는 사업을 위해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 올해 말까지 취득세 면제와 5년간 재산세 50% 감면, 신축 건물의 과밀부담금 50% 감면 등을 받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5년간 시장 정비사업이 완료되거나 진행 중인 40개 시장에 대해 감면해준 지방세는 총 216억8957만원에 이른다. 1996년부터 올해까지 완료됐거나 추진 중인 74개 시장 가운데 주상복합 등 고층 건물이 들어선 7곳은 71억8458만원의 과밀부담금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정비사업은 더욱이 판매시설은 최소화하고 공동주택 면적을 최대화하면서 개발이익 챙기기가 벌어지고, 전통시장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표본조사 8개 시장을 분석하면 판매시설 면적은 3만8986㎡로 공동주택 면적(9만2306㎡)의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북구 보문시장의 경우 공동주택 면적(1만9635㎡)이 점포 면적(3479㎡)보다 5.6배나 컸다.
서울시의회 장환진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은 이날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시장 정비사업이 오히려 기존 상인들의 재입점을 막고, 전통시장을 없애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서울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서울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시장 정비사업은 현대화 사업과 달리 시장 기능을 이미 상실한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 상인들의 재입점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면서 "향후 법령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 개정 건의 등을 준비하고, 임대료 할인과 우선입점권 부여 등 상인 보호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문주영 기자 moon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