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 親기업 '깜짝 세제개혁' 예고..뉴욕증시 사상최고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7. 2. 10. 11:02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트럼프 "2~3주 내 세제개혁안 발표" …의회 저항 '20년 만의 세제개혁' 쉽지 않을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세제개혁에 시동을 걸겠다고 나서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세제개혁안이 의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항공업계 대표들을 만나 "미국 기업들의 전반적인 세금 부담을 낮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2~3주 안에 세금과 관련해 '경이로운'(phenomenal) 뭔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산층이 세금감면을 바라고 있으며 미국에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세제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내 일자리를 유지하고 미국 내에서 성장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세제개혁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이 구체적이지는 않았지만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뉴욕증시의 다우,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각각 0.6% 올라 일제히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트럼프의 세제개혁은 기업에 대한 감세가 주축이 될 전망이다. 기업 감세는 규제완화와 더불어 트럼프가 내세운 친성장 공약의 핵심이다. 그는 현재 35%인 법인세를 15%까지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법인세율을 20%로 낮추고 수입품에 20%의 '국경조정세'를 물리는 한편 수출에는 면세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선호하는 이 방안에 흥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세제개혁을 둘러싼 의회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미국에서 트럼프가 예고한 것과 같은 전면전인 세제개편이 1986년 이후 단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세제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하려면 하원을 시작으로 상원 문턱을 넘어야 한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240석을 차지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과반수를 확보했다. 그러나 상원에선 100석 중 52석에 불과해 법안 통과 기준인 60표를 얻으려면 민주당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 같은 대치 국면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공화당 일각에선 예산조정절차(budget reconciliation)를 이용해 난국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세금, 재정지출, 연방부채 등과 관련한 법안은 예산조정절차를 통해 상원에서 단순과반수 찬성만으로 승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조차 여의치 않아 보인다. 상원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국경조정세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공화당의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조지아)은 전날 동료 의원들에게 '국경조정세' 관련 법안에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 법안이 "(시대)역행적이고 소비자에게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경제 성장세에도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원 같은 당의 마이크 리(유타), 존 코닌(텍사스) 의원 등도 반대의사를 밝혔다.

 

국경조정세 법안이 감세 법안과 분리되면 다른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법안이 분리되면 향후 10년간 약 1조1000억달러의 세수가 기대되는 국경조정세가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 악화 우려를 상쇄하는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