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수, 유럽에 "좋거나, 나쁘거나, 추하거나"
신기림 기자 = 전 세계 채권 애널리스트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곤란한 처지에 몰렸다. 트럼프가 세계 금융시장의 최대 단일 변수이지만 각국마다 상이한 정책 노선으로 논리를 엮어 설명하지 쉽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렉스칼럼에서 '국가들 사이 다이버전스(분열)으로 인해 더욱 다양한 설명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칼럼은 '(채권) 수익률은 좋은 이유에서도 오르지만 나쁘고 추한 이유에서도 오를 수 있다. 금리상승은 더 나은 수익을 보장하지만 인플레이션과 디폴트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달 전 세계 국채수익률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이외의 세계로 확산되는 잠재적 여파는 각국에서 다양하지만 모순된 형태로 발현된다. 일례로 지난 18일 미국과 독일의 국채 수익률 격차는 27년 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미국 수익률이 오르는 것은 성장 혹은 인플레이션의 회복이 가팔라질 수 있다는 '좋은' 전조에 속한다. 하지만, 독일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유럽 경제가 뒤쳐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추한 시나리오는 트럼프의 승리가 유럽 프로젝트를 휩쓸어 버리는 포퓰리즘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렉스칼럼은 전망했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2년만에 최고로 벌어진 것은 이러한 전망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칼럼은 '독일은 안전자산, 이탈리아는 대재앙의 리스크'를 상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미에서 다음달 이탈리아의 개헌 국민투표는 유로의 종말을 앞당길 선거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칼럼은 경고했다.
그러나, 칼럼은 '반자유무역에 대한 절망적 헤드라인에도 유럽프로젝트는 그렇게 취약하지 않을 수 있다'고 희망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정치권의 새로운 연대감을 자극하고 이탈리아, 영국을 포함한 국가에서 유럽시민에 대한 지지여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칼럼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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