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치·유가·금리 三重苦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6. 11. 3. 10:33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전날보다 77.46포인트(0.43%) 낮은 1만7959.6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3.78포인트(0.65%) 하락한 2097.94를 기록했고, 나스닥 지수는 48.01포인트(0.93%) 밀린 5105.57에 장을 마감했다.

 

11개 주요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뭐 하나 좋은 게 없었다.

 

국제 유가 급락이 일찌감치 시장의 방향을 결정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33달러(2.9%) 내린 배럴당 45.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9월 27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달 28일로 끝나는 일주일 동안 원유 재고가 1440만배럴 늘어난 4억826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100만배럴 정도였다. 예상치를 10배 이상 넘었다. 이렇게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갑자기 늘어난 적은 없었다. 1982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폭이다.

 

정유사들이 생산을 일제히 줄였지만, 하루 평균 199만배럴씩 수입이 늘어났다. 지난주 원유 수입은 2012년 9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점도 뉴욕 증시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FOMC 위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지속적으로 강해지고 있지만, 목표치를 향해 가고 있다는 약간의(some) 추가적인 증거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성명서에 없었던 ‘약간의(some)’이란 표현이 추가됐다. 추가적인 증거가 ‘약간만’ 나와도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온라인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위해 너무 많은 증거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걸 보여주는 수식어”라며 “12월 금리 인상이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미묘한 힌트”라고 보도했다.

 

FOMC 위원들은 “물가가 2% 중기목표를 향해 연초부터 계속 오르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에너지와 식품 부문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7% 상승을 두달 연속 유지하고 있다. 근원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물가의 흐름을 살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다.

 

미국 고용시장의 호조와 함께 물가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적인 리스크도 여전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민주당의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사건을 재수사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클린턴의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분위기다. 클린턴의 승리가 유력했다가 갑자기 판세가 초접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트럼프가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둔다면 금융시장이 요동할 수 있고,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도 장담할 수 없다. 미국 CNN방송은 “12월 금리 인상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국제금융 시장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연준이 다시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안승찬 (ahnsc@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