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금융위기 아픈 기억 떠올라
[머니투데이 뉴욕=서명훈 특파원]
“도이체방크가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월가 전문가들은 헬스케어 업종 지수(-1.84%)가 더 많이 내렸지만 금융 업종(-1.49%) 부진이 투자 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을 내놨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20.24포인트(0.93%) 내린 2151.13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195.79포인트(1.07%) 떨어진 1만8143.45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 역시 49.39포인트(0.93%) 하락한 5269.15로 거래를 마쳤다.
보야 파이낸셜의 카린 카파노프 선임 전략분석가는 “은행 리스크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투자자들은 도미노 효과를 떠올리게 된다”며 “투자자들은 (유럽은행들의 위기가 있었던)2008년과 비교하게 되고 불안해 진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마켓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케니 시장 전략분석가는 “도이체방크 이야기는 증시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웠다”며 “대형 은행이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결국에는 금융위기에 대한 대화로 발전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는 도이체방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택모기지담보증권(RMBS)을 불완전 판매해 금융위기를 가중시킨 혐의로 14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도이체방크의 충당금 적립액 약 62억달러의 2배를 넘는 규모다. 이 때문에 도이체방크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약 10개 헤지펀드가 자산을 다른 은행으로 이전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불안감을 키웠다.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6.7% 급락했다.
머리디언 이쿼티 파트너스의 조나단 코르피나 선임 이사는 “소문이 단기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특히 금융 업종에서 가장 심하다”고 평가했다.
일명 공표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VIX) 지수는 전날보다 15% 오른 14.28을 기록했다. 장 중 한 때 26% 급등하기도 했었다.
알파인 글로벌의 브렛 체스니 선임 중개인은 “도이체방크 주가는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탁 의무가 있는 많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에 대한 경계감도 확산되고 있다. 사르한 캐피탈의 아담 사르한 최고경영자(CEO)는 “사실상 OPEC 회의는 말 뿐이었고 행동이 없었다”며 “이들 국가들은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에너지 주식들이 너무 많이 너무 빨리 올랐다”며 “시장은 방향성을 찾고 있고 실적 시즌이 곧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기준금리 인상 발언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경제가 예상했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1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역시 곧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입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워 브릿지 어드바이저의 마리스 오그 대표는 “OPEC 소식과 오전에 발표된 경기지표는 놀라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좋았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뉴욕=서명훈 특파원 mhsu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