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메이·스터전·메르켈..유럽의 운명을 쥔 세 여자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6. 7. 3. 15:18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해결사로 여성 정치인이 떠오르고 있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인공이다. 브렉시트 협상이 새로운 유럽의 질서를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유럽의 운명은 이 세명의 여성 정치인의 손에 달린 셈이다.

 

◇ 존슨 전 시장 불출마 이후 메이 장관 떠올라

 

영국에서 브렉시트를 이끌었던 정치인들은 모두 역풍을 맞았다. 투표를 제안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협상을 차기 총리가 맡아야 한다며 사임의사를 밝혔다. 브렉시트 운동을 이끌며 한때 유력한 차기총리 후보였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총리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존슨 전 시장은 막상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영국의 브렉시트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브렉시트’라는 대형사고를 친 남성 두 명이 꽁무니를 뺀 모양새다.

 

테리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 출처:텔레그래프

대신 차기 총리 후보로 여성인 메이 내무장관이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보수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메이 장관이 31%로 1위를 차지했다. 로이터통신은 “존슨 전 시장의 불출마로 메이 장관이 최우선 후보가 됐다”고 평했다. 성공회 성직자의 딸로 태어난 메이 장관은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을 거쳐 민간기업에서 금융 컨설턴트로 일했다. 런던의 한 기초의원을 지낸 뒤 1997년 총선에 나서 하원에 입성했다. 2010년 보수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내무장관에 기용돼 지금까지 맡고 있다. 강경한 업무처리 스타일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FT

메이 장관은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영국 기업이 (유럽연합의) 단일시장과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민자 통제를 되찾는 것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연말 이전에 발동돼선 안 된다”면서도 “유럽연합 잔류를 위한 시도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메이 장관이 당선되면 대처 이후 26년 만에 영국의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스터전 수반, 어깃장 카드로 英압박…소방수 메르켈 역할론 부상

 

스코틀랜드 정부 수반 스터전도 브렉시트 이후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인물이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정치권이 우왕좌왕할 때 그는 단호하면서도 분명하게 EU 잔류와 독립 주민투표를 다시 하겠다면서 영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에 영향을 미치는 EU의 법은 영국 중앙정부가 아닌 자치의회 결정을 따르게 돼 있다. 이론적으로는 스코틀랜드의 승인 없이는 EU에서 탈퇴할 수 없다. 스코틀랜드가 영국의 브렉시트 계획에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스터전은 이런 점을 지랫대로 브렉시트 이후 스코틀랜드의 입지를 강화하려 동분서주 중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텔레그래프

‘유럽의 여제’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역할론도 커지고 있다. 그는 앞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유입사태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며 유럽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는 브렉시트란 사상 초유의 사태앞에 선 상황이다. EU 회원국의 구심력을 적절히 제어하면서도 영국과의 이혼 협상을 무난하게 이끌어야 하는 처지다.

메르켈은 영국에 대해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면서도 “의무 부담은 안 하면서 특권을 누릴 수 없다. 체리피킹(Cherry-picking·단물만 빨아먹기)은 안 된다”며 이번 사태를 원칙에 입각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장순원 (cr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