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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시장 8600억달러 규모로.. 선진국, 中東서 '물 전쟁'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6. 6. 29. 09:09

지난 23일 요르단 수도 암만의 한 중견 호텔 로비. 체크인을 하려는데 직원이 물 절약에 대해 5분이 넘도록 설명을 했다. "샤워할 때 물은 가급적 아껴 써 주시고, 입을 헹굴 땐 꼭 물컵을 이용해주시고…." 그는 "국가적으로 물 부족이 심하기 때문에 이런 부탁을 (투숙객에게) 한다"면서 "중동에서 물 부족은 테러만큼이나 큰 문제"라고 말했다.

 

호텔 밖 인근 주택 건물의 옥상에는 거의 빠짐없이 대형 물탱크가 여럿 설치돼 있었다. 암만의 상류층 거주지인 압둔 지역 건물 옥상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민호 코트라(KOTRA) 암만 무역관 차장은 "요르단 주재 외교관이나 외국 기업 직원이 거주하는 지역에도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집 대부분이 물탱크를 두고 일주일에 한 번씩 트럭으로 물을 배달해 채워놓고 쓴다"고 말했다. 아랍 물관리협회(ACWUA)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요르단 수도관은 매설된 지 30년 이상으로 노후해, 수질 상태가 불량하고 누수 문제가 심각하다. 옥상의 물탱크도 청결 유지가 잘 되지 않아 질병 유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물 산업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자, 관련 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세운 쇼아이바 해수 담수화 플랜트 전경. /두산중공업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물 산업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자, 관련 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세운 쇼아이바 해수 담수화 플랜트 전경. /두산중공업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사람들은 집에 물탱크를 두고 일주일에 한 번씩 채워 놓고 사용한다. 요르단 수도 암만지역 건물 옥상에는 물통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암만(요르단)=노석조 특파원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사람들은 집에 물탱크를 두고 일주일에 한 번씩 채워 놓고 사용한다. 요르단 수도 암만지역 건물 옥상에는 물통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암만(요르단)=노석조 특파원

물 문제는 요르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동·북아프리카 국가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이 나라들은 국토 대부분이 연 강수량 50~200㎜인 불모지인데, 인구 증가율은 높아 물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예산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서도, 대규모 담수화 프로젝트,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 등 물 관련 사업을 발주하며, 세계 유수 물 기술 업체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성장하는 중동 물 산업

 

저유가 시대를 맞아 경기 침체에 빠진 중동·아프리카에서 '물 시장'만큼은 호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요르단은 최근 9억달러(1조500억원) 규모의 홍해(紅海) 담수화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2025년까지 물 부족 난 해결을 위한 각종 사업에 800억달러(93조 84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중동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물 산업은 성장 산업이다. 수출입은행·미래에셋대우증권에 따르면, 세계 물 시장의 규모는 2018년 6890억달러(약 81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13년 5560억달러(약 650조원)였던 것에 비교하면 연 5% 정도로 꾸준히 성장하는 셈이다. 영국의 물 전문 조사 기관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는 2025년 세계 물 시장은 865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후 변화·인구 증가 등으로 물이 갈수록 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리아 내전·이슬람국가(IS) 사태·예멘 내전 등으로 수백만 명의 난민이 주변국으로 범람하면서 이들을 떠맡은 중동 국가들에 물 공급은 시급히 해결할 국가 안보 이슈로 떠올랐다. 난민 그리고 이들로 인해 불편함을 겪을 자국민에게 물 공급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할 경우 반정부 시위 같은 소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에서 물 산업이 고속 성장하는 데는 기술 발전도 한몫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바닷물로부터 염분을 제거해 생활용수를 얻는 담수화의 운용 비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담수화는 열을 이용해 바닷물을 증류하는 방식이나 분리막을 이용해 염분을 제거하는 역삼투압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담수화 운용 비용은 1990년대의 ㎥당 3.6달러에서 2010년대 0.4달러로 10분의 1 가까이로 떨어졌다. 담수화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개발로 담수화 원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동지역 담수화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세계 담수화 시장이 2012년 39억달러에서 2018년 15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진국들, 중동 물 산업 수주 경쟁

 

'블랙 골드(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블루 골드(물)'의 시대가 떠올랐다는 전망이 잇따르자, 프랑스·영국·독일 등 선진국들은 대기업을 내세워 일찌감치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3년간 독일은 자국 개발은행을 통해 요르단과 수자원 원조 명목으로 1450만유로(190억원) 규모의 협약을 체결했으며, 2500만유로(325억원) 규모의 요르단 북부 하수처리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작년 사우디를 방문해 국방·우주항공 분야와 함께 물 산업을 수차례 언급하며 협력하자고 사우디 측에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 물 기술 업체 베올리아는 30억유로(3조9000억원) 상당의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수도망 개보수 사업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아래 물 비즈니스 국제 인프라시스템 추진실을 설치하고 해외 수주를 지원하며 물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원격위성감시 기술과 이를 통한 정보를 아랍국가들에 제공해 대규모 불법 파이프를 설치해 물을 절도한 범죄 조직을 잡는 데 도움을 주고, 이를 바탕으로 수자원 인프라 구축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물 관리 소프트웨어도 관심

 

물 산업은 기존 해수 담수화 플랜트 건설 분야 외에 ICT(정보통신기술)를 이용한 물관리 기술이라는 소프트웨어 수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이스라엘은 주요 도시 수도관에 센서를 장착하고 누수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물 손실을 최소화한 자국 사례를 바탕으로, '스마트 워터 그리드' 기술 수출을 선도하고 있다. 물관리 기술은 효율적으로 농업·공업 용수를 사용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어 일반 업체들의 수요도 많다. 우리 정부도 물 산업 투자 비중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말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400억달러 규모의 물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를 방문해 무함마드 UAE 아부다비 왕세제, 술탄 알 만수리 경제부 장관 등을 만나 물관리 기술 등을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