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못다 이룬 천리마의 꿈 펼치는 중국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6. 6. 27. 11:18

중국이 자랑하는 만리장성을 동쪽의 산해관에서 서쪽의 가욕관까지 가 보면 만리장성의 동쪽은 7~8m의 돌로 된 성이지만 서쪽 끝 가욕관 근처는 2.5m 내외의 흙담이다. 이는 만리장성이 사람을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성이 아니라 말이 넘어오지 못하게 막는 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한족 역사 2000년을 보면 한족이 북방의 기마민족에게 지배당한 ‘기마민족의 식민지’로 산 것이 1100년이나 된다. 전체 역사의 55%가 북방의 기마민족인 선비족, 돌궐족, 말갈족, 여진족, 만주족에게 굴욕적인 통치를 당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의 자긍심이라 할 수 있는 베이징 자금성의 주인은 한족이 아니라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이다.

 

그래서 중국 역대 한족 황제들의 꿈은 북방의 기마민족을 제치는 천리마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천리마는 ‘한혈마(汗血馬)’라고도 하는데 피처럼 붉은 땀을 흘리며 하루에 천 리를 거뜬히 달린다는 전설의 명마다. 이 천리마는 중국에는 없고 먼 서역의 대완국(大宛國)에만 있었다. 중국이 북방의 오랑캐들에게 계속 침략당한 것을 보면 천리마를 가진 기마민족은 목숨을 걸고 국가의 최대 군사무기인 천리마를 유출시키지 않았던 것 같다.

 

이처럼 중국은 말에 대한 애증이 넘치는 나라다. 그런 중국이 이제는 하루에 천 리(약 400㎞)가 아니라 한 시간에 400㎞를 달리는 명마들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전 세계의 명차 브랜드를 대거 M&A하고 있다. 스웨덴의 대표 자동차 볼보가 저장성 지리자동차에 넘어간 데 이어 사브가 중국의 광다와 영맨로터스자동차에 1억유로에 팔렸다.

 

지금 중국은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1750만대 수준인 미국을 제치고 연간 2460만대가 팔리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 됐다. BMW, 벤츠, 아우디, GM, 포드, 토요타, 현대차 등 전 세계 명차들이 모두 팔리는 자동차 백화점이 지금 중국이다.

 

자동차 외에 또 하나 중국이 탐내는 철마(鐵馬)가 있다. 바로 비행기처럼 빨리 달리는 고속철도다. 중국은 지금 시간당 350㎞로 달리는 21세기의 새로운 명마, 고속철도를 1만6000㎞ 포설해 세계 최대의 고속철도망을 건설했다.

 

중국은 베이징에서 최남단 선전까지 2260㎞, 최북단 하얼빈까지 1700㎞를 잇는 고속철도를 완성해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베이징에서 선전까지 6시간30분, 하얼빈까지는 5시간이면 갈 수 있어 중국의 남북이 1일 생활권으로 들어갔다. 중국의 자동차와 고속철도가 만든 지역경제 활성화와 내수 부양 효과는 엄청나다.

 

독일, 프랑스, 일본으로부터 시속 250㎞짜리 고속철도 기술을 들여와 350㎞로 업그레이드하고, 이를 무기로 중국은 21세기의 명마 고속철도를 자원 확보와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의 수단으로 쓰고 있다. ‘판다 외교’에서 ‘고속철도 외교’로의 진화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아예 대놓고 고속철도 수출을 위한 외교를 펼친다. 중국은 고속철도 기술과 장비를 3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고 50여개 지역과 고속철도 건설 협력 관계를 맺었다. 특히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의 주변 국가들에 대해 중국을 기점으로 하는 고속철도망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석탄, 철광석 등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는 방식으로 주변 국가에 영향력을 확대했다. 시진핑 정부 들어 중국은 세계 최대의 고속철도망을 포설한 경험과 선진국 대비 3분의 2 수준인 제조원가를 무기로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을 제치고 전 세계 고속철도 시장을 싹쓸이하는 중이다. 중국이 천리마에 맺힌 한을 철마, 고속철도에서 원 없이 풀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