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자재 신흥국 도미노 디폴트..이번엔 왜 없었나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6. 4. 28. 09:59

신기림 기자 = 원자재 수출국이 1980년대처럼 연쇄적으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미약한 글로벌 경제상황 속에서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자에서 경제분석기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자료를 인용해, 이번 원자재 가격의 하락이 1980년대식 도미노 디폴트를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1980년대 발생한 원자재 급락으로 신흥시장 28개국의 디폴트가 발생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이란은 모두 두 차례 국가부도를 냈다.

 

하지만, 현재 26개 주요 원자재 수출국들 가운데 디폴트를 선언한 국가는 없다. 베네수엘라가 유일하게 디폴트 확률이 10% 넘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를 받는 국가도 가나, 르완다로 국한된다. 최근 앙골라가 구제금융을 신청했지만, 이 대열에 낄 가능성이 25% 넘는 원자재 수출국은 에콰도르, 잠비아 정도다.

 

연쇄 국가부도가 발생하지 않은 배경으로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이른바 '부채자금 절벽(debt-funding cliff)'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1980년대는 미국의 금리가 최고 15%에 달해 달러 표시 채권의 수익률이 용솟음쳤다. 하지만, 미국은 이제 겨우 제로(0)금리에서 벗어났다. 현재의 부채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요즘 원자재 신흥국들은 처음부터 달러로 자금을 빌리기보다 자국 통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편이다. 달러 대비 자국 통화가 절하되면 오히려 부채 비용이 절감되는 환율 효과가 발생한다. 자국의 재정을 개선하기 위해 원자재 수출국들은 달러채무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기 보다 만기를 연장하는 편을 택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가브리엘 스턴 글로벌 매크로리서치 대표는 "자금절벽이 없다는 것은 상당한 차이"라고 강조했다. 스턴 대표는 "막판에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은 부채가 불어나서라기 보다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수출국들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줄도산은 없겠지만 1980년대와 같은 성장세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구조조정 과정은 '힘든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26개 주요 원자재 수출국 가운데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균형재정을 위해 구조개혁이 필요한 국가는 전체의 1/3에 달한다. 베네수엘라, 이라크, 몽골, 앙골라, 나이지리아, 가봉, 알제리, 아제르바이잔 9개국이다.

 

9개국의 수출에서 에너지와 광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저 25%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국가부채, 재정적자,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국내총생산(GDP) 및 국민 1인당 GDP 등을 평가해보면 위험수준이 높다고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평가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의 회복이 단기적 관점에서 신흥 수출국들을 지지한 것은 분명하지만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스턴 대표는 강조했다.

 

또, 그는 주요 원자재 수출국들의 국가신용 등급이 국채수익률이 비슷한 다른 신흥국에 비해 평균 2단계 높다면서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강등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스턴 대표는 "신평사들이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