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과도한 부동산 대출.. 中, 日·유럽 실수 답습
조선비즈 | 아데어 터너(전 영국금융감독청장) | 2016.04.09 03:09
중국은 일본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이 저지른 실수를 답습하고 있다. '부동산 붐'을 이어가기 위해 은행권이 과도하게 돈을 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은행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전후(戰後) 눈부신 경제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1980년대 신용대출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시장 버블과 이 버블의 붕괴로 25년 넘게 불황을 겪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한 나라가 부유해질수록 부동산 가격은 더 집중적으로 상승한다. 국민은 소득이 늘어나면서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땅을 매입하기 위해 경쟁하고,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소위 '좋은' 부동산이 희소해지면서 가격은 높아지고 대출은 계속 증가한다.
중국은 선진국들이 걸어온 길을 2009년부터 재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수출 감소의 타격을 막기 위해 철도, 도로, 부동산 개발 등에 엄청난 규모의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기 위해 은행권을 통해 돈을 조달했고, 이는 국가 전역에 '건설 붐'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008년 150%에서 2014년 250%로 뛰었다.
이론적으로 정부가 은행 돈을 빌려 투자하면 효용 가치가 높은 프로젝트에만 돈이 돌아간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에선 투자 가치가 낮은 프로젝트에 돈이 많이 들어갔다. 인구 밀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중소 도시에 몇 블록에 걸친 대형 아파트 단지를 짓기도 했다. 이런 아파트들은 집주인을 찾지 못하고 텅 비어 있다. 철강·시멘트 생산 공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과하게 설비 투자를 단행해 과잉 생산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은 영업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신규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이는 부실 대출로 이어졌다. 문제는 중국 은행들이 대부분 국가 소유이고, 각 지방 정부 및 지역 대출 은행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신용 대출 과정에서 신용이나 상환 능력을 제대로 확인하는 절차가 엄격하지 못했다.
아일랜드는 모든 은행이 민간 소유인데,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부동산 개발 붐과 과도한 대출 속에 임자를 찾지 못한 '유령 부동산'이 2만여곳 넘게 생겨났다. 중국 인구는 아일랜드의 300배다. 단순 계산하면 중국에는 유령 부동산이 600만곳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은행권이 부동산 개발에 과도하게 돈을 빌려주는 현 체제를 통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미 과도하게 쌓인 부실 대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하다. 은행들의 자본을 건실하게 하기 위해 정부가 자금을 마련하고, 사회복지에 대한 재정 지출을 늘려서 소비를 견인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