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9일 오전 11:15
프로그램 뇌관 터지나…사흘새 7000억 '폭탄' 한국경제 | 2012.11.09 11:00
관련종목 시세/토론 최근 프로그램 매물이 지수 약세를 주도하면서 향후 프로그램 수급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베이시스가 추가로 악화되면 추가로 외국인을 통한 프로그램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9일 코스피지수가 이틀째 급락하며 1900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장중 경기선인 120일 이동평균선까지 하회하면서 투자심리는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다.
이날 오전 10시44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22.70포인트(1.19%) 떨어진 1891.71을 기록 중이다.
최근 이틀 연속 코스피 급락세를 이끈 것은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지난 7일 이후 현재까지 6900억원을 순매도하며 물량을 쏟아냈다.
이날도 차익거래에서 583억원, 비차익거래에서 1115억원이 빠져나가며, 전체 프로그램은 1701억원 매도우위를 기록 중이다.
투자주체별로 보면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1120억원, 기관이 535억원을 팔아치우고 있다. 이 매도 물량의 대부분은 프로그램 물량으로 기관 중 국가지자체는 차익거래, 외국인은 비차익거래로 주식을 팔고 있다.
최근 프로그램 상황에서 우려되는 점은 단순히 현·선물간의 가격차이를 이용한 기술적인 차익거래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일 옵션만기일을 맞아 베이시스가 급변동하면서 국가지자체를 통해 나온 대규모 차익매물이 지수를 끌어내리는데 일조했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김지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날 옵션 만기일이기 때문에 차익 매도가 출회된 것이 아니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 이후 재정절벽 이슈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며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취했고, 그로 인해 최근 약세를 보이던 베이시스 축소폭이 확대되면서 차익 매물이 나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재정절벽 리스크와 이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라는 설명이다.
막상 그 동안 프로그램 매도세를 주도해온 국가지자체는 이제 매도여력이 거의 소진됐기 때문에 이를 통한 차익거래 매물은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국가지자체의 매도 여력은 1조원 정도로 추정됐는데, 전날과 베이시스가 비슷한 상황인데도 국가지자체 쪽의 매도 속도가 확연히 느린 것만 봐도 국가지자체의 차익거래 매도 여력은 거의 소진된 상태"라고 풀이했다.
문제는 베이시스가 악화되면 '큰손'인 외국인이 차익거래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날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소폭 순매수를 보이고 있지만 전날 5282계약을 순매도하는 등 최근 들어 선물 매도 기조를 보여왔다. 재정벼랑 등의 리스크에 약세장을 전망한 외국인이 선물을 짓누르면서 현·선물 가격차이인 베이시스가 악화된 것. 전날에 이어 이날도 베이시스는 장중 백워데이션(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차익거래에서 팔 수 있는 물량이 4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 이하로 떨어지면 외국인 차익 물량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선물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도공세를 퍼부으면서 전일까지 누적 순매도 규모는 2만계약을 상회해 외국인 순수 선물포지션이 매도우위로 전환됐다"면서 "국가지자체의 차익매도 여력이 얼마 남지 않아 베이시스 약화에 따른 시장 파괴력은 약화되었지만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의 비차익거래 물량이다. 이날 외국인은 프로그램 비차익을 통해 1000억원 넘는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선물과의 가격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와 달리, 비차익거래는 시장 자체에 바스켓으로 투자하는 물량이다.
미국 재정절벽 리스크 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외국인이 비차익거래에서마저 '팔자'로 돌아선다면 지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심 애널리스트는 "그 동안 외국인은 종목에서는 팔았지만 바스켓에서는 사는 형태를 보여오면서 매도 충격을 완화해왔다"면서 "만약 올해 4~5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종목과 동시에 바스켓 비차익거래마저 매도세로 돌아선다면 지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