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러시아·터키·남아공은 떨고있다
조선비즈 | 김은정 기자 | 2015.12.18 03:09
1994년과 1999년, 2004년 등 과거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경제 기반이 취약한 신흥국은 급격한 환율 변동과 자금 유출로 크게 흔들렸다. 한국도 1997년 아시아를 강타한 금융 위기 때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고통스러운 외환 위기를 겪었다. 이번엔 누가 또 희생양이 될지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취약한 신흥국이 거론되기 시작됐다.
이번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곳은 달러 빚이 많거나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다. 16일 국제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취약 4개국'으로 브라질·러시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을 꼽았다. 최근 국가 신용 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강등된 브라질은 달러 빚이 3220억달러(약 380조원)로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미국이 7년 넘게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브라질 기업들이 싼 달러 빚을 많이 끌어다 쓴 탓이다. 이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채권 만기 때 원리금 상환과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도 위기에 몰릴 위험이 크다. 브라질은 오랜 경기 침체에 정부 재정 악화, 최근엔 대통령 탄핵 위기라는 정치 불안까지 겹쳐 헤알화 폭락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취약 국가로 꼽힌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달러가 쌀 때 빚을 크게 늘린 나라들이다. 터키는 올해 해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과거 10%에 육박하던 경제성장률이 3%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미 15%에 달하는 물가 상승률로 고통받는 러시아는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아 달러화 강세 기조에 더욱 타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최근 2년 새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 등 주요 원자재 수출국들도 미 달러화 강세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상대적으로 취약국으로 분류된다.
반면 한국은 '허약한 신흥국' 대열에 거론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적 강점이 돋보일 나라로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외환보유액이 3700억달러(10월 말 기준)로 세계 7위인 데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중이 31.7%로 안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 폭도 커서 주요 경제 지표가 과거 외환 위기 때와는 판이하다. 이번 미국 금리 인상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