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상 앞두고 고민에 빠진 각국 중앙은행
조선비즈 | 유윤정 기자 | 2015.12.09 14:18
미국이 내주 10여년만에 처음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 왼쪽부터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 이주열 한은 총재/블룸버그 제공
내주 FOMC 앞두고 韓 英 뉴질랜드 러시아 통화회의
10여년 만의 미국 금리 인상...각국 선제적 대응 나설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준)는 오는 15∼16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2008년 12월 이후 유지해 온 사실상 제로(0) 수준의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9년 6개월만의 금리 인상이다.
이에 따라 이번 FOMC 회의를 앞두고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고민에 빠졌다. 이들 중앙은행이 미국 금리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를 미리 인상하는 선제적인 대응에 나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미-유로존 사이서 갈팡질팡’ 영란은행 금리 동결 예상
당장 오는 10일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7월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연말께 금리가 인상될 것임을 암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그는 "언제 금리를 올려야 할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영국은 경제가 취약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영란은행이 기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소비자 물가가 지난 9월부터 2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저물가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자드 잔가나 슈로더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는 "영란은행이 (미국과 유로존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 내년 8월쯤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날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는 한국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자 긴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가 취약해 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서다.
통화정책 회의를 9일 여는 아이슬란드와 10일 개최하는 뉴질랜드 페루 세르비아 그리고 11일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러시아 중앙은행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금리 인상 이후 개도국 통화가치 하락 우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세계 금융 시장에서 미 달러화를 매개로 움직이는 돈의 흐름에 변화를 주게 된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대규모의 달러화 표시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들의 이자 비용이 올라간다. 특히 신흥국에 묶여있던 자금이 급격히 유출돼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증시가 급락할 수 있다.
더불어 금리 인상이 주요 선진국의 경기 회복 지연, 중국의 경착륙, 국제유가 급등락 등의 요인과 결합할 경우 세계 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94년 당시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 의장이 기습적으로 금리를 올리자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이 외환위기를 겪었다. 이후 동아시아 금융 위기도 초래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급격한 자본 이탈을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 주기에 있던 2004년 6월~2006년 6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가 크게 불어나면서 세계 금융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지난 2013년 5월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자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채권 가격 및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나타나기도 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급히 회수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장기 금리가 100bp(1bp=0.01%포인트) 뛰면 신흥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이듬해에 국내총생산(GDP)의 2.2%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게 세계은행의 전망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신흥국 채권금리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간 차이의 변화로 볼 때 현재 상황은 버냉키 전 의장의 긴축 예고에 국채금리가 폭등했던 2013년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예고돼 있었던 만큼 시장의 충격이 적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감내할 만한 수준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