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붐, 쑥쓰러운 오바마.."Sorry Paris"
아시아경제 | 조목인 | 2015.12.01 14:01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저유가·경기회복을 등에 업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목 받던 고연비·소형차들이 지고 세계 시장에서 SUV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올해 미국 자동차 판매대수는 2000년대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올해 1740~1750만대 가량이 미국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최대 호황을 이끌고 있는 것은 SUV다. 올해 미국서 팔린 차량 3대 중 1대는 SUV 였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25% 정도 더 늘어난 것이다. 대표적 인기모델 지프 체로키의 경우 33%나 판매량이 늘었다.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폭스바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에서 SUV 판매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SUV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저유가 때문이다. 기름 값이 싸지면서 SUV와 같은 배기량이 큰 차량을 소유하는 부담이 낮아졌다.
GM·포드 등 미국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SUV 차량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할인혜택으로 값을 낮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경기회복으로 레저·여행 수요가 늘어난 것도 SUV 인기의 비결이다.
SUV 선전에 힘입어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이같은 열풍을 두 손 들고 환영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와 관련해 회원국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독려하고 있는 미국이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지는 자국의 원유 소비가 확대를 반길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대책 논의는 매년 있어왔지만 국제사회가 이번 회의에 거는 기대는 유난히 크다. 지난 1997년 제정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 협약인 '파리 합의문'이 탄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유엔 역시 이번 총회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시금석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각 국가들은 파리 회의를 앞두고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지 목표를 제출했다. 중국에 이은 2위 배출국인 미국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의 26~28%까지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1위 배출국 중국과 3위 인도 등 신흥국의 참여를 최대한 끌어내야 하는 만큼 미국 등 선진국의 솔선수범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중국의 경우 경기부진과 함께 자동차 판매 증가세가 더뎌지는 추세고 인도의 자동차 보유 인구는 10%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미국은 가장 적극적으로 화석 연료 감축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에너지 사용에서 화석 연료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의 불편한 SUV 붐'이란 기사에서 자동차 시장 회복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미국의 딜레마에 대해 조명했다. 신문은 미국의 전반적인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1인당 배출량은 세계 최고라면서 미국인은 중국인 평균의 3배, 인도인의 10배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내뱉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미국이 바뀌지 않으면 다른 어떤 나라가 바뀌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저유가 시대 일 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유류세 인상과 같은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